3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이 잠드소서’를 봤습니다.
감독은 세바스찬 보렌스즈데인
거의 세르지오 역의 호아퀸 푸리엘 원톱 영화입니다.
아르헨티나 영화는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배우들이 모두 생소하더군요.
이 영화는 아르헨티나 작가 마틴 베인트럽 동명의 소설 ‘고이 잠드소서’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작가와 감독이 각본에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줄거리
1994년 부에노스 아이레스, 세르지오는 아버지 공장을 물려받아 운영하며 사랑하는 아내 에스텔라, 딸 플로르, 아들 마티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살아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딸아이의 성년식을 성대하게 치러주며 가족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행복해하는 세르지오. 하지만 그에게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제품들이 낮은 가격으로 수입되어 세르지오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의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여기저기 빚을 지기 시작했고 그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하고 거래처들에게도 빚을 지며 파산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더욱이 사채까지 써서 그 이자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까지 이르렀죠. 아이들 학비도 몇 달 째 지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채업자 브레네르의 협박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그에 따라 그의 불안도 극에 달해 있습니다.
완전히 궁지에 몰린 세르지오, 에스텔라는 이 모든 것들을 공유하지 않은 세르지오에게 화를 내지만 곧 함께 잘 해결해나가자고 힘을 실어 줍니다.
세르지오는 친구에게 간곡히 부탁하여 자신의 시골집을 팝니다. 친구에게 받은 일부의 돈으로 사채 빚을 갚기 위해 브레네르의 사무실로 가던 길, 이스라엘 AMIA 빌딩 폭탄 테러로 부상을 입게 됩니다. 운 좋게 생존한 세르지오, 간단히 치료를 받고 집으로 가려던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떠납니다. 그에게는 사망 보험이 있었고 이대로 사라져 가족들이 사망 보험금으로 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랬던 것이죠. 그는 파라과이로 넘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무려 15년 동안 다른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 채, 마치 스스로에게 벌을 주듯 외롭게 살아갑니다.
어느 날, 세르지오는 페이스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곳에서 딸 플로르를 찾아냅니다. 어느새 27살의 성인이 되어 결혼을 앞둔 딸과 7살에 헤어져 이제는 청년이 되어버린 마티의 사진을 보며 그 동안 참아온 간절한 그리움이 폭발하고 맙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가족들을 보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번에는 진짜로 생을 마감하려고 결심합니다. 그런데 그는 딸의 결혼식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됩니다. 플로르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사람이 바로 사채업자 브레네르 였던 것이죠. 분노를 느낀 세르지오는 브레네르를 살해하려고 결혼식 피로연에 갑니다.
감상평
은근히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영화 후반부까지 꽤나 집중해서 보게 됩니다. 물론 15년이 지났는데 주름도 안 생긴 출연진들 보면서 좀 의아했지만. 세르지오와 에스텔라가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 새 삶을 살아가는 것도 자연스럽게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복수의 화신이 된 세르지오. 브레네르가 에스텔라와 가정을 이룬 것이 그를 살해할 마음을 먹을 만큼 충격적인 일이라니. 자신도 파라과이에서 가정까지 이루지는 않았어도 여자가 있었는데도 말이죠. 그를 이해해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도대체 내가 왜 노력을 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세르지오가 가면을 쓰고 피로연장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갑자기 스릴러로 변하는 듯 하더니 맥 없이 죽고 맙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Rest in peace’ 자막이 나오는데 황당. 순간 ‘다음 장면 더 있겠지’ 하고 생각했네요. 그리고 브레네르가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는 장면은 무엇 때문에 있는 건지. 연결 고리가 전혀 없는데.
저의 부족한 공감능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준 영화입니다.
아무튼 흥미롭게 이어지다가 피시식하고 꺼져버려서 황당하고 허무했던 영화'고이 잠드소서'입니다.